고라니, 송이버섯이 멸종위기종? 한반도 자생 생물로 보는 IUCN 적색 목록
대한민국 산과 들, 그리고 도로 위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동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고라니'일 것입니다. 농작물을 축내거나 로드킬의 유해가 되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고라니가 사실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를 가우뚱하게 됩니다. 가을철 귀한 대접을 받는 강원도의 명물 '송이버섯'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상식의 균열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The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의 '적색 목록(Red List)'과 국내 환경부의 법적 분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대한민국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산림청 등 정부 기관의 공식 검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한반도 자생 동식물을 매칭하여 IUCN 적색 목록의 9가지 분류 체계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사실 확인: 우리 주변의 고라니와 송이버섯, 정말 멸종위기인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글로벌 기준으로는 명백한 멸종위기 취약종이 맞습니다"가 대한민국 정부 기관 공식 공식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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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Water Deer): 대한민국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의 자료에 따르면, 고라니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와 중국 일부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고유종에 가깝습니다. 중국에서는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 직전 단계인 반면, 대한민국에는 포식자(호랑이, 표범 등)의 부재로 수십만 마리가 살고 있어 지구상 고라니의 90% 이상이 한반도에 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유해수지만, IUCN은 고라니의 글로벌 희소성을 인정하여 '취약(VU)'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호하지 않으면 지구상에서 고라니라는 종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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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버섯 (Matsutake Mushroom):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의 생태 조사 결과, 한반도 전역(특히 강원도 양양, 봉화 등)의 소나무 숲에서 자생하는 송이버섯은 2020년 IUCN 적색 목록에서 공식적으로 '취약(VU)' 등급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지난 50년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와 소나무 재선충병 등으로 인해 전 세계 송이버섯의 서식지 환경이 급격히 나빠져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2.한반도 자생 생물로 배우는 IUCN 9가지 분류 체계
IUCN은 과학적 정량 기준(개체수 감소율, 서식지 면적 등)에 따라 생물의 상태를 9가지 단계로 나눕니다. 우리 땅에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생물들의 예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멸종 (Extinct)]
① 절멸 (Extinct, 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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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마지막 한 개체까지 완전히 지구상에서 사라져 더 이상 생존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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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예시: 독도 강치 (Zalophus japoni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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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기록에 의하면 독도 동도와 서도를 중심으로 수만 마리가 자생했으나, 190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어부들의 무분별한 가죽·기름 남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 독도에서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절멸(EX)한 것으로 공식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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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야생절멸 (Extinct in the Wild, 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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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자연 상태의 서식지에서는 완전히 사라졌고, 오직 인간이 관리하는 사육 시설이나 증식 센터 등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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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예시: 따오기 (Nipponia nip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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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기록상 1979년 DMZ에서의 목격을 마지막으로 우리 야생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후 경남 창녕군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에서 중국으로부터 기증받은 개체들을 인공 증식하는 데 성공하여 현재는 야생 방사 및 보존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야생절멸 후 복원 추진 종입니다.
[멸종 위기 범주 (Threatened)]
3가지 범주(CR, EN, VU)는 당장 특별한 보호 조치가 없으면 가까운 미래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진짜 멸종위기종'들입니다.
③ 위급 (Critically Endangered, 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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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극도로 높은 최악의 위기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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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예시: 사향노루 (Moschus moschife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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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자 천연기념물입니다. 사향(향수 원료)을 얻기 위한 밀렵으로 인해 현재 강원도 화천, 철원, DMZ 일대에 극소수(약 50여 마리 추정)만 간신히 살아남아 있어 야생 절멸 직전의 위급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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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위기 (Endangered, 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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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핵심 보호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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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예시: 저어새 (Platalea minor) / 반달가슴곰 (Ursus thibeta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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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걱 모양의 부리가 특징인 저어새는 전 세계에 5,000~6,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국제적 위기종으로, 전 세계 개체군의 80% 이상이 한반도 서해안 무인도 등에서 번식합니다. 지리산에서 국립공원공단이 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반달가슴곰 역시 글로벌 '위기' 및 국내 '멸종위기 I급'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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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취약 (Vulnerable, 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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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당장 소멸은 아니지만 위협 요인이 지속되면 조만간 '위기' 단계로 넘어갈 위험이 높은 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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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예시: 고라니, 송이버섯, 맹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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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드린 고라니와 송이버섯이 여기에 속합니다. 장마철 우리 주변 논밭에서 울어대는 맹꽁이 역시 기후 변화와 도시 개발로 서식지가 급감하여 국내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이자 글로벌 취약종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거나 데이터 확인이 필요한 범주]
⑥ 준위협 (Near Threatened, 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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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지금 당장 위험하진 않지만, 서식지 파괴가 계속되면 머지않은 미래에 멸종위기 범주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예비 경고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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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예시: 독수리 (Aegypius monac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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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지역에서 번식한 후 겨울철을 나기 위해 철원, 파주, 경남 고성 등으로 날아오는 겨울 철새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체 수거 및 먹이 부족으로 개체수가 감소 추세에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준위협 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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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최소관심 (Least Concern, 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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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개체수가 대단히 많고 넓은 지역에 분포하여 당장 멸종 위험이 전혀 없는 가장 안전한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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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예시: 멧돼지, 까치,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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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 생태계에서 흔히 관찰되며, 생식 능력이 뛰어나거나 한반도 식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개체군 변동에 문제가 없는 자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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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정보부족 (Data Deficient,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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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히 확인되었으나, 워낙 은밀하게 살거나 연구 자료가 부족해 위험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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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예시: 무산쇠오리 (Ochotona hyperb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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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토끼의 일종으로 한반도 북부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분단이라는 지리적 특성 및 생태 연구 자료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생존 본 수나 감소율을 파악하기 어려워 정보부족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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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미평가 (Not Evaluated, 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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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IUCN의 공식 평가 기준에 따라 아직 심사를 거치지 않은 미지의 생물 종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새로 발견하는 한반도 미기록 신종 곤충이나 심해 미생물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3.한눈에 보는 한반도 자생 생물 IUCN 등급 요약표
| 구분 | IUCN 기호 | 카테고리 이름 | 한반도 자생 생물 예시 | 정부 기관 제공 주요 팩트 정보 |
| 소멸 | EX | 절멸 | 독도 강치 | 1970년대 이후 공식 발견 기록 없음 (일제강점기 남획 원인) |
| 보존 | EW | 야생절멸 | 따오기 | 1979년 국내 야생서 절멸, 현재 우포늪 복원센터 인공 증식 중 |
| 위기 최고조 | CR | 위급 | 사향노루 | 국내 야생 개체수 약 50여 마리 추정 (환경부 멸종위기 I급) |
| 높은 위험 | EN | 위기 | 저어새 / 반달가슴곰 | 전 세계 저어새의 80%가 한반도 서해안에서 번식 및 생존 |
| 경고 발령 | VU | 취약 | 고라니 / 송이버섯 | 고라니 세계 개체 90%가 한반도 거주 / 송이는 전 세계 서식지 감소 |
| 예비 등급 | NT | 준위협 | 독수리 | 겨울철 한반도 도래 철새, 글로벌 서식 환경 악화 추세 |
| 안전 | LC | 최소관심 | 멧돼지 / 까치 / 소나무 | 개체수가 매우 안정적이며 한반도 내 폭넓게 자생함 |
| 연구 필요 | DD | 정보부족 | 무산쇠오리 | 한반도 북부 서식하나 지리적·학술적 데이터 부족으로 평가 보류 |
4.밭에서 본 고라니가 지구를 구하는 열쇠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농가에서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고라니가 글로벌 환경 단체와 학계에서는 눈물겹게 지켜야 할 '귀한 몸'이라는 사실은 생태계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이 왜 필요한지 증명해 줍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고라니의 서식지가 무너지거나 전염병 등으로 개체수가 무너지면, 지구상에서 고라니라는 종 자체가 멸종하는 대재앙이 발생합니다. 강원도 서늘한 그늘에서 자라나는 송이버섯 역시 우리 식탁 위의 미식을 넘어 지구 기후 변화를 온몸으로 방어하고 있는 소중한 지표종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땅의 동식물들을 올바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이해하고 지켜나갈 때, 진정한 생물 다양성의 가치가 실현될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대한민국 환경부 및 국립생물자원관의 공식 적색자료집(Red Data Book)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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